1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일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하거나, 대가가 없는 일이라면 더 쉽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헌혈이 있습니다. 이번 호 PEOPLE 코너에서는 그 어려운 일, 헌혈을 10년째 하고 있는 대유에이텍 모홍규 사원을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29년 동안 신장의 열세를 체중의 우세로 극복하고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는, 패기 넘치는 대유에이텍 재경팀 사원 모홍규라고 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대.사.협(대유 사원 협의회)’에서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해서 선배님들께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일 년 만에 대유 선배님들께 다시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매우 영광입니다.
사실 학창시절에는 헌혈하면 주는 무료 영화 티켓에 관심이 있어 헌혈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헌혈이 10번이 되고 20번이 되고 나니 헌혈 횟수 30번을 채워 헌혈의 집에 걸려있는 훈장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혈 훈장이 세상에서 가장 받기 쉬운 훈장이라는 생각에 헌혈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헌혈의 즐거움을 알아갈 때쯤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께서 건강이 나빠져 투석과 수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그동안 헌혈을 해서 모았던 헌혈증을 친구에게 주었는데, 친구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아, 내가 이 세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좋은 마음으로 헌혈을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혈을 하고 세어 보니 79번째였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안에 있는 헌혈의 집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워낙 자주 가다 보니 친한 간호사도 생겼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서는 집 근처에서 헌혈합니다.
저의 피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헌혈은 누군가에게 나의 피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제약들이 많습니다. 헌혈을 하려면 제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저의 건강도 관리하면서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점이 헌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헌혈의 집에서 헌혈 30회, 50회 인증샷을 촬영한 대유에이텍 모홍규 사원(사진 제공=모홍규 사원)
사실 헌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만큼이나 부정적인 인식도 많아서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들은 적십자에서 보내는 기부금 고지서가 마치 벌금이나 세금 고지서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피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뉴스의 헤드라인도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합니다. 헌혈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처음 헌혈을 하게 된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이후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게 된 것은 2009년 4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0년 정도 헌혈을 해왔는데, 대학 시절에는 2주에 한 번씩 헌혈했습니다. 입사 후에는 헌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토요일뿐이고, ‘불금’을 즐기며 술을 먹는 날이 잦아지다 보니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헌혈을 하는 것 같습니다.
헌혈에는 크게 전혈헌혈과 성분헌혈이 있습니다. 전혈헌혈은 혈액을 구성하는 모든 성분을 모두 채혈하는데, 400mL를 채혈하는데 10분~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전혈헌혈을 한 뒤에는 2개월 후에 다시 헌혈할 수 있고 1년에 5번까지 가능합니다.
성분헌혈은 혈액의 일정 성분만 채혈하는 것인데요, 혈소판, 혈장, 혈장 성분을 추출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다시 공급하기 때문에 1시간~1시간 30분 가까이 걸립니다. 성분헌혈은 2주에 한 번씩 연 26회까지 가능합니다. 백혈병 아이들에게 혈소판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주로 혈소판 헌혈을 하는 편입니다.
우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말씀드리자면 서른 살 안에 헌혈 횟수를 100번을 채우는 것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 건강이 나빠지면 헌혈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헌혈을 많이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혹시나 제가 아파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요, 제가 건강하고 헌혈을 할 수 있는 한 꾸준하게 참여할 생각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몸짱’ 체형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챙겨 먹고, 틈틈이 집 앞 헬스장에서 꾸준하게 운동을 합니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점점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웃음), 건강을 위해서 좋아하는 등산도 다니면서 꾸준히 관리 중입니다. 그래서인지 헌혈하기 전 피검사를 하면 항상 좋은 수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성분헌혈은 2주에 한 번씩 거르지 않으면 일 년에 최대 26회 가능합니다. 한창 헌혈을 꾸준히 할 때 2주에 한 번씩 헌혈했는데, 이미 26번이 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간호사님께서 피검사를 하니 적혈구가 너무 어리다고 미역국을 많이 먹고 3개월 뒤에 오라고 해서, 산모보다 더 많은 미역국을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모홍규 사원이 근무 중인 대유에이텍 본사 전경(사진 왼쪽)과 대유에이텍 제조 시트(사진 오른쪽)
사실 업무시간에 헌혈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대유에이텍에서는 상/하반기에 한 번씩 헌혈차가 회사로 와서 전 사원이 헌혈에 참여합니다. 대표이사님의 특별한 방침으로 2017년 헌혈의 집과 업무협약을 맺어 직원들이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해 주신 덕분에 주말에만 할 수 있었던 헌혈을 회사에서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헌혈 1회당 봉사시간 4시간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자원봉사 인증관리(VM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약 300시간 정도의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았습니다.
수혈은 같은 혈액형끼리만 가능하지만, 헌혈증은 혈액형과 상관없이 줄 수 있어서 헌혈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지금은 절반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헌혈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매우 쉬운 방법입니다. 헌혈의 단점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시면서 모두가 좋은 마음으로 헌혈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나눔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셔서 모든 분들께서 올 한해 마무리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